장장 4페이지에 걸쳐서 감사의 글을 쓰고 나서 드디어 오늘, 논문 제본을 맡겼다. 아마도 다음 주면 내 이름이 새겨진 따끈따끈한 논문이 손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졸업을 위한 몇 가지 행정 절차를 밟고 나면 아마도 7월 둘째 주부터 졸업 전까지는 비교적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논문 제본비가 만만치 않은 관계로 감사의 글에 포함된 모든 분들에게 내 논문을 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죄송스럽지만 너그러이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

사실 생애 첫 도전이었던 만큼 나온 결과물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180페이지에 달하는 논문을 완성하고자 그동안 거쳐 온 과정만큼은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 비록 잘 쓰지는 못했을지라도, 정말 열심히는 썼기 때문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얼굴에 철판 딱 깔고 지나가는 20대 초반의 남성들에게 무작정 말을 걸면서 인터뷰 자료를 얻어내기도 하고, 30시간을 뜬눈으로 지새우다 겨우 한두 시간 눈을 붙이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 살인적인 스케쥴을 반복하기도 하고, 논문을 위해서라면 대중교통이 다니는 서울 경기 지역의 어디든지 돌아다니며 동분서주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들어간 연구비도 거의 한 달치 월급에 맞먹을 정도로 상당했던 관계로 당분간은 긴축 재정에 돌입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무사히 졸업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그리고 논문을 쓰는 동안 몇 군데서 입사 제의를 받았었다. 하지만 도저히 두 가지를 병행할 엄두가 나질 않아서 죄송스럽게도 못 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이제는 그런 연락이 와도 충분히 재고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근데 또 막상 여유가 나면 뽑는 회사가 없어질 것 같긴 하다. 그냥 발로 뛰면서 열심히 찾아보는 수밖에. ㅎㅎㅎ

7월 말 즈음에는 아버지 환갑을 앞당겨 가족들과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떠나볼까 생각 중이고, 어머니 수술을 위해 병원도 모시고 다녀야 할 것 같다. 졸업식은 8월 18일로 확정되었다. 그전까지 잠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천천히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보려 한다. 쉬는 동안 정기 검진도 받고, 다시 운동도 시작하면서 바닥으로 떨어졌던 체력도 한껏 끌어올리고, 짬짬이 보고 싶은 사람들과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여유도 부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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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泠泠